세상 분석

수능을 준비하는 예비 등록금 납부생들의 자세에 대해

구름되기 2010. 10. 12. 23:28
이미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대학을 가려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왜 대학에 가려는건지 분명한 스스로의 목적을 세우는 것이 좋다.
남들 다 가니까 라는건 남들 다 죽으면 나도 죽지 머 라는 말하고 전혀 다를바 없는 말이다.
내 인생따위 없어 라는.. 의식없는 껍데기의 무의미한 헛말일 뿐이란거다.

물론, 대학교 진학 후 자신의 앞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어 다소 늦었을지라도 갈 길을 걷기 시작할 수도 있다.
허나 내 경험에 비춰, 그런 일은 10명중에 3명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이고,
더구나 스스로의 내부로 침잠하거나 주변 동기 혹은 선배들과 진지하게 이런 일에 대해 논하는 일 따위 생각하지도, 하고싶지도 않은 듯한 요즘 대딩이라면 그 확률은 10명중에 한명 꼴일듯 하다.

1학년때부터 학점 관리와 스펙 갖추기 등 예비취업준비생의 길을 걷는 지금의 대딩들이
남들에게 내세울 수치로 나타나지 않는 그런 형이상학적 고민 따위를 할 리가 만무하다는거지.

이미 대학교육 이라는 교육과정 자체가
'순수 학문의 연마'라는 것에서
'보다 많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기본 자격증을 주는 과정'이라는 형태로 목적이 변질된 상황에서는
사실 1학년 시절부터 스펙 관리를 하는게 맞기는 하다.

허나 중요한 것은, 목적지가 없는 노젓기는 힘만 들뿐 정작 어느곳으로 자신이 가고있는지 스스로도 모르게 된다는 점이다.
그로 인해 들인 노력에 비해 얻는 결과는 형편없게 되는거고.
분명 어딘가 도착하기는 한다.
끝없이 노를 젓다 보면, 정말 재수가 없어서 같은 장소를 맴도는 과오를 범하지 않는 한 어딘가에 이르게 되지.
이에 반해, 자신이 원하는 곳이 있고 그곳을 향해 노를 젓는다면, 앞선 사람의 절반 이하의 노력으로 그곳에 이를수 있을게다.

대학이라는 공간, 대학시절 4년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목적지를 발견하고 출발하겠다는 마음가짐은
70, 80년대도 아닌 2000년대 아니 2010년대에는 이미 늦어도 한참 늦은, 시대에 뒤떨어진 발상이다.

예전에는, 대학 등록금이 비싸긴 했을지언정 졸업 후 그나마 대졸이라는 이유로 어디든 취업할 자리가 꽤 있었고
대졸자 자체도 나름 귀한 존재에 속했으므로 경쟁력이란게 존재했다.
더구나 그때는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의 구분이 사회적으로 분명했으므로 4년제 졸업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대접받을 수 있었지.

지금 현재는 어떤가?
대학은 다 같은 대학이다. 물론, 학교 이름에 따라 급이 달라지는건 여전히 존재하는, 또 앞으로도 지속될 사람들의 편견이라 어쩔수 없지만.
그런 대학을 졸업할, 혹은 졸업한, 혹은 졸업하는 사람 수는 어떤가? 
그 사람들이 내야하는 등록금은?

사회의 잉여 노동력으로 존재하는 졸업자, 졸업유예자, 기졸업자 수는 그대로 청년 백수의 수로 환산이 된다고 보면 그나마 맞을거다. (사실 청년실업자 수보다 더 많지)
4년간 국립대가 싸다고 해도 천만원은 내야 하고,
사립대로 치면 싸면 학기마다 2-3백, 비싸면 5백 이상 해서 연 5백-1천. 4년간 2천 이상을 꼬박꼬박 내야 한다.

내 경우, 인문계열이라 그나마 계열중에 등록금이 낮은 축에 속했으나
한학기 등록금이 1학년때 2백 전후였고 갈수록 인상돼 졸업시 근 3백에 육박했다.
당시 이과나 공대 쪽은 실험이나 실습이 많다고 나보다 두배 가량 된다고 들었다.

그러니 저 4년간 2천 이상 이라는 돈은 인상률 계산 없이 일괄 계산한, 정말 '최소치'에 가깝다는 결론이 나오지.

자, 그럼 학생으로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순수 고딩 본인으로서
저만큼의 돈을 지닌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생각해보라.
아니, 적어도 입학시 입학금 2백만 가량을 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정도 돈을 가진 고딩이 전체 고딩 중 몇퍼센트나 될까?

결국 대딩이 되는 그 순간부터, 대딩 본인 입장에서 본다면 부모님의 경제력에 빌붙거나 빚쟁이가 되어서 시작하는 셈이다.
이 빚이라는게 어떤 놈인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알고.

문제는, 어찌저찌 하야 대딩 시절을 졸업하더라도, 예전에 비해 '괜찮다' 싶은 직장을 잡기란 해가 갈수록 어려워 진다는거다.

기실 이런 일은 이전부터 반복돼 온 바, 이미 70-80년대에 대학을 졸업한 세대들은 이것에 대해 어렴풋이 느꼈을거고,
못느꼈다 하더라도 자신의 핏줄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본인의 좋은 부분은 최대한 대물림 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가 지금 50-60대층의, 한마디로 자리 좀 차지한 사람들의, 자기 자녀 밀어주기로 나타나는거다.

회장 자녀는 평사원에서 시작해서 임원까지 몇년안에 오르고,
부장 자녀는 평사원에서 시작해서 임원까지 십년전후로 오르고,
말단 자녀는 평사원에서 시작해서 부장이나 될까말까 한 구조의 반복.

그럼 그 말단 자녀로서 부장이 된 사람은 또 한 10년 20년 후 자신의 자녀에게 그런 특권 아닌 특권을 안줄듯 싶은가?
자신이 안그럴수 있다면 욕을 할 수 있겠지만, 내가 볼땐 그럴 사람 몇 안될거다.

결국 대다수에 속하는 일반 평사원 혹은 '서민'들과 그들의 자녀들은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내가면서 그동안 투자한 돈을 '좋은 직위와 급여'로 회수하는 일에 시간만 걸리고 고생만 하다가 인생 종치게 되는 거지.

딴나라하고 이명박이가 조낸 거창하게 들고 나온 반토막 등록금제?
그거 결국은 대딩들 전부 빚쟁이로 만들어서 사회에 불만 제기 함부로 못하게 돈으로 억누르겠단 떡밥 뿌리는거다.
빚이 있는 사람이 자신의 일터를 함부로 벗어날수 있을듯 싶은가? 
일자리 보전에도 급급한 요즘같은 시대에, 세상에 대해 비판의식 가지고 광화문으로 청계천으로 나오기가 쉬운가?
당장 자잘한 알바 자리라도 만들어서 제공하면 빚이 있는 상태에선 그거라도 감지덕지 받고 일하게 되어 있는거다.
그거 잘리면 빚 쌓이는거 어쩔라고?
한마디로 돈 앞에 깨갱하고 찌그러지게끔 제도적으로 만들어 버리는거지.
어차피 자본주의 세상, 돈이 모든걸 감당하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내가 진 빚을 해결하지 않으면 살 길이 없는데 어쩔텐가.

이렇게 되면 인간의 자존심 따위는 개나 줘버려 라는 상태가 된다.
내 인격따위 존중받을 여지는 내가 가진 돈에 의해 정해진다는 거다.
돈만이 최고고 가진자만이 위너가 되는 세상.
조낸 더럽고 또 위험한 세상이 되는거지. 물론 없는 사람 기준으로.

돈들여 대학 나와서, 빚은 이빠이 있고, 그거 감당할 일자리는 내 학교가, 내 학과가, 내 스펙이 안된다는 이유로 못잡게 되면
한해 두해 놀다가 결국 알바부터 시작하게 될 거란 이야기다.

이게 지금부터 몇년 내에 다가올 대딩들의 현 주소다.

이런 생활을 이제 시작하겠다고,
나도 이제 대딩 이라는 설렘에만 빠져있다면
당장 원서 접수때부터 각 대학별 원서비, 등록금 등으로 학교(운영진)의 배만 채워 주는 들러리꼴을 못면할거다.

내가 잠깐 만나본 대학 입학처장들, 입학사정관들은
학생 하나 하나를 소중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학생은 개인으로 존중해야 할 존재가 아닌, '학생들'로만 존재하는, 등록금 내서 자신들의 월급에 보탬이 되는 복수명사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등록금이 학생들 복지에 들어가지도 않으니, 등록금이고 원서비고 간에 무조건 덜 내는게 학생에겐 남는거다.
내가 아는 한도내에서, 대학들이 투명하게 등록금 사용처 공개한적, 없다. 원서비? 기타수익으로 칠걸?

그런 장소에서 인생의 4년을 보낼 생각이라면,
더구나 요즘처럼 자기들 대가리가 컸다고 자부하는 고딩이라면, (가능하다면 중딩때부터도 좋겠지)
진심으로 충고하건데
본인의 앞날에 대해 지금부터 수능 준비 못지않게 고민하라.

당장 눈앞의 대학도 중요하겠지만, 
우리 인생은 대학에서 끝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