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관찰

무서움, 공포심에 대처하는 자세

구름되기 2010. 9. 17. 16:08
누구나 어릴때 그랬듯이, 나도 귀신을 무서워하던 꼬맹이였다. 

뭐랄까... 손으로 눈을 가리고서도 손가락 사이로 살며시 바라보는 심리..
뭔가 두려워하면서도 그 정체를 확인하고픈 이중적 욕구는 있었지.
그래서 늘 잠자리에 들때면 이불속에서, 혹은 방 구석의 그늘진 곳에서 귀신이 튀어나오지 않을까 겁내면서도
막상 티비에서 귀신영화가 나올때면 - 대체로 전설의 고향이었던것 같다 - 집중해서 보곤 했다.

몇학년인진 기억 안나지만 국민학생때였다..
당시 한참 유행했던 '오싹오싹 공포체험'이라는 귀신 얘기 책을 읽고 - 제목도 기억나는거 보니 꽤 인상깊게 읽었던게야 - 한동안은 집 앞 골목길, 그것도 당시로는 꽤 넓직한 길이었음에도 그 골목길을 지날때면 늘 겁이 나곤 했었다.
책에 나온 얘기 중에 전봇대와 관련된 것이 있었는데 그게 충격적이었던것 같다.
세상의 때에 찌든 지금 생각해보면 그저 한 여자가 전봇대에 목을 매고 죽어서 해코지를 한다 정도의 흔한(?) 이야기였던것 같지만 아직 세상이란게 뭔지 잘 몰랐던 그때에는 그런 내용이 마냥 무서웠던게지.

언제부터인지는 꼬집어서 말할수 없지만
보통의 겁쟁이 였던 꼬맹이가 겁을 상실하고 귀신을 무서워하지 않게 됐다.
귀신만이 아니라 놀이기구를 타더라도 어지간해선 놀라지를 않는다.
바이킹을 처음 탔을때는 진짜 가운데 자리에 앉아도 온몸이 짜릿할 정도로 흥분되면서도 설마 공중에서 떨어지진 않을까 겁났었는데 지금은 심지어 안전장치가 좀 헐거워서 엉덩이가 뜨는 상태에서도 끝자리에 앉아 되려 두손들고 그 '떨어질락 말락'하는 감 정도는 와야 약간 흥분이 된달까.
심지어 번지를 하는것도 거부감이 없다...

글쎄.. 놀이기구야 어찌 보면 경험에서 오는 익숙함이라고 하겠지만..
귀신은 왜 무서움이 사라졌을까?
나는 귀신을 본적은 커녕, 주변에도 그런 사람조차 없을 만큼 귀신은 접한적이 없는데 말이지.

생각해보면,
고딩 이후로.. 세상의 모든 일은 나름의 '인과' 관계가 있다는 믿음이 생긴 이후로 그런 류의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진것 같다.

내가 무언가 잘못을 했다면 누구에게선가 해코지를 당할테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누가 날 해칠리 없다는 믿음.
아니, 해칠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는 심리랄까.
내가 남을 이유없이 해하지 않는데 내가 그런 일을 겪을 이유가 없고, 만에 하나 누군가 나에게 그런 짓을 저지른다면 나 역시 되갚아 줄 수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던거지.

때문에 주온이니 그루지니 하는 되도 않는 '원혼의 저주' 따위 영화를 보면
영화 자체로는 공포적인 분위기를 느끼면서도 스토리의 허술함에 맥이 탁탁 풀리기 일쑤였다.
당췌 왜 사람들이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그저 귀신이라는 이유로 겁을 내는건지...
아니, 애초에 그런게 가능하다고 믿는것부터가 우습다.

난 영이라는 것은 존재한다고 믿지만,
그 영에게도 나름의 세계와 존재 이유가 있을것이고
그것들이 '이유없이', 즉 자기가 기분이 나쁘고 원통하니까 무차별적으로 해꼬지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게 가능했다면 인간의 유사 이래 셀 수 없이 진행된 전쟁으로 인한 무고한 피해자들의 원한으로 인해
지금 이정도 수의 인간이 살아있지도 못했을 테니까.

귀신에 대해 겁을 낸다는건 쉽게 말해서 그만큼 스스로에 대해 믿음이 없다는 말이라고 본다.
아직 자아가 형성되기 전인 아이들이야 산타와 귀신을 동급으로 간주할 수 있겠지만
대가리가 다 큰 성인이라면 적어도 '지은 죄'가 없는 이상 미지의 존재로부터의 위협을 겁내는 일 따위, 하지 않아야 정상 아닐까.

결국, 모든건 다 '본인의 마음가짐' 혹은 '믿음'에 달려있는거지.
자신에 대한 믿음,
자신의 일상 생활에 대한 당당함이 있다면
불안감이란 녀석이 찾아올리도 없고, 찾아온다 해도 문전박대가 가능하리라.

혹시라도 누군가 또는 무언가가 자기를 해칠지 모른다는 걱정이 든다면,
우선은 내가 잘못한게 있는지 돌아본 후
잘못이 있다면 진심으로 뉘우치고, 반성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될 것이고
잘못이 없다면 내가 그런 일을 당할 이유따윈 없어 라고 스스로를 격려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무서움이나 공포심을 가장 잘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무관심해지는 거라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말이지.
고소공포증이나 폐쇄공포증 같은게 이런 마음 가짐으로 해결이 가능하겠지만...
한번 갇힌 마음이 쉽게 벽을 깰 수 있을런지는 미지수긴 하다.
전적으로 개인의 깜냥과 그릇에 달린 일이니까.

차분히 내면을 돌아보고 그 원인을 고민해본 후 그게 과연 내 무서움의 크기 만큼 겁낼정도인가를 생각해보는것도 도움이 되리라.
실상 우리가 겁내는 대부분의 일들은 '실제' 그것이 대단하고 위험하고 겁나는 일이기 때문이라기 보다
마음 속의 상상이 빚어낸 '허구'에 우리가 사로잡힌 건지도 모르니까.

솔직히 세상이 갈수록 쌩뚱맞아져서 나의 행동과 관계 없이, 진짜 '이유없는' 폭행과 살인이 생겨나고 있으니
내가 아무리 겁날것 없는 참한 인생을 산다고 해도 엄한 꼴을 당할수도 있게 됐다.

고로, 지금 세상에서 최선은
'재수 좋은 팔자를 타고 나는 것' 이 아닐까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