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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관찰

여행이 만들어주는 여유로움의 정체

여행을 즐기는가?

나는 거창한 '여행'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놀러다니는' 것은 좋아라 하고 즐기는 편이다.

한창때의 20대에는 친구들과 곧잘 이런 저런 시기마다 단체로 놀러도 가고,
혼자서도 가끔 기약없이,
여친이 있을때는 기분 내키는대로 당일치기로 기차타고 떠나기도 해봤지.

그때도 막연히 느꼈던 건데
여행은 사람을 굉장히 여유롭게 만들어 준다.
영화 '퍼펙트 겟어웨이'에 나오는 대사처럼
일상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말을 '낯선 사람에게 쉽게 털어놓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도 바로 여행이 주는 왠지모를 느슨함 때문일거다.

나름 장거리이고,
실제로는 다녀간다기 보다 일하러 좀 오래 머무는 상태지만,
어쨌거나 나는 여기 필리핀에서 '외국인'이며 '잠시' 머물다 갈 사람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 이방인이고 여행객에 불과하다는 것을 가끔 느낀다.
꼭 그래서 때문은 아니고 단지 나 스스로가 느끼기에
나는 '오랫동안' 이곳을 여행한다는 느낌으로 지내고 있다.
덕분에, 치열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현지인들에 비해 한결 '여유있게' 그들의 삶과, 아울러 내 삶에 대해
관조 내지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여행이 만들어주는 넉넉함, 여유로움의 정체는,
'이곳은 내 삶의 터전이 아니다'라는데서 오는 일종의 해방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곳에 '사는게' 아니라 '놀다가' 갈 것이기 때문에, 혹은 그냥 잠시 '머물다' 갈 것이기 때문에
일상의 치열함에서 벗어난 상태인거다.
의식했든 못했든 스스로의 의지로 일상에서 유예된 상태라는 자각 때문에
정작 우리가 놀고 있는 그곳에서 자신들의 현실을 위해 우리에게 봉사하고, 무언가를 팔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의식중에 우월감 혹은 동정심을 느끼며 - 그들의 모습이 곧 일상으로 돌아가서의 내 모습이기에 - 한결 관대해지는게 아닐까.

아울러,
여행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는데서 오는 유대감으로 인해 같은 여행객과의 관계가 평상시보다 쉽게 깊어질수 있으리라.

결국 여행지에서의 나는 그곳을 스쳐가는 한명일 뿐, 거기에 내 생을 건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색다름을 즐길 수 있고 만사에 대해 보다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거지.

그런데 어차피 나의 일상이란 것도 다른 '누군가'에게 색다를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고나니,
과연 그럼 우리의 일상, 인생에서라고 여유를 못느낄 이유가 없잖은가 하는데까지 사고 범위가 확장됐다.

즉, 우리의 생이라는 것 역시 언젠가 떠나야 할 '일시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순간의 각박함에서 벗어나 한결 부드러워질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것.
인생을 치열하게 사는것도 좋겠지만, 한번씩 자신의 생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적절한 보상도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아울러 타인에게도 같은 여정을 걷는 동반자로서 존중해주고 대우해주는건 어떨까?

뭐..... 정말 재수가 없어서 동반자에게 뒤통수를 맞을 경우도 있겠지만.......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글 필요는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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